인테리어 이야기(1) - 예산 정하기
개인적으로 인테리어 공사의 가장 첫번째 과정은
'철거'가 아닌 '예산 정하기'라고 생각한다.
예산을 정하고 공사의 범위를 정해야지,
공사의 범위에 예산을 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산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실제 공사 비용 = 초기 예산 * 1.3
즉, 실제 비용은 초기 예산에서
약 30% 정도는 필연적으로 증가한다는 점과,
둘째,
인테리어와 홈스타일링은 서로 다른 분야이며,
최종적으로 원하는 인테리어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
홈스타일링의 비중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
각 개인마다 홈스타일링을 얼마나 중요시하는 지와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의 여유 상황에 따라
예산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1. 인테리어 예산의 범위
인테리어를 준비한다는 것은
이사를 하게 된다는 뜻이고,
이사는 하는 과정에서는 인테리어 외에도
많은 돈이 든다.
등기 수수료(법무사 수수료), 취득세, 양도세,
공인 중개 수수료, 이사 비용(보관이사 등)에
이사 나가는 시기와 들어가는 시기가 안 맞아
인테리어 공사 기간 동안 피치못하게 임시 거처에서
지내게 될 경우의 별도의 주거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인테리어 공사 시작 전부터
주민들 동의서 받으며 성의 표시하는 비용,
동의서 대행 비용, 확장할 경우 행위 허가 대행 비용,
관리사무소 신고시 엘리베이터 이용 비용,
(가끔씩 터무니없는 비용 요구하는 경우도 있음)
공사 소음으로 인한 민원 응대 비용,
셀인(직영 공사)일 경우 보양재 등 부자재 구입 비용 등...
공사 시작 몇 개월 전부터
부동산 거래 잔금 처리라던지,
인테리어 업체 계약이라던지,
한 번에 돈이 몇 백씩 나가는 경험을 이미
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 시작 전 과정으로 나가는
몇 십 몇 만원에 대한 감이 둔해지는데,
나중에 정산해보면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가장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비용은
공사 중 발생하는 변수로 인한 추가 비용이다.
철거해 봐야만 알게 되는, 혹은 한 공정에서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때에야 발생하는 변수가 항상,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나의 단순 변심에 의한 변수도 포함)
또한, 공사하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실수가 아닌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재시공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런 경우를 커버하기 위해
초기에 생각하던 예산의 30%를 더한 비용을
실제 예산으로 잡거나,
설정한 예산이 처음부터 정말 맥시멈이었다면,
예산 안에서 30%의 예비비 운용이 가능하도록
공정을 조정해야 한다.
(참고로, 예산을 줄일 때는
모든 공정에서 자재의 급을 낮추는 것보다
공정 자체의 갯수를 줄이는 게 확실히 효과있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평균 10~3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로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한 번 높아진 눈높이는
낮아질 줄을 모르고 자꾸 현실을 망각한 체 위험한
질주를 하게 되며, 미관상 하자에도 집착하게 된다;;
(미관상 하자는 정말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범하게 넘기는 게 모두의 정신 건강에 유리하다.
살다보면 '집주인 하자주범설'을 매우 충실히 이행하는
나와 내 가족에 대한 현타에 겸허해지게 된다;;)
나도 네 번의 인테리어에서 모두
예산보다 실제 비용이 증가했으며,
가장 최근인 네번째 인테리어에서는
최종적으로 처음 잡았던 예산인 2,000만 원에서
약 30% 증가한 2,600만원 정도 들었다.
(35평 순정 구축 아파트 직영 전체 공사.
샤시, 확장, 구조 변경 등 큰 공정 X)
결론은,
인테리어 예산 설정시
주택 구입으로 발생하는 부대 비용,
인테리어 과정 전후에서 발생하는 부대 비용 및
잠재적 추가 비용 등 모든 경우를 고려해야 하고,
순수한 공사 비용만 생각했을 때
초기 예산과 별도로 30%의 예비비를 따로 마련하든지,
초기 예산 안에서 예비비 30%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공정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인테리어 vs 홈스타일링
요즘은 예쁜 가전, 가구, 소품이 많아져서
공사 외 비용도 인테리어 예산에 포함시키는 게
자연스러워졌지만,
나는 가전, 가구, 소품 등 홈스타일링 비용을
인테리어 외의 추가 비용이라고 생각했었다 보니
자꾸 정해진 예산을 벗어나는 통장 잔고에
괴로움이 더해지면서도 결제를 멈출 수 없었던..^^;
그런 경험이 많아서 써본다.
이는 인테리어 예산의 개념에
순수하게 인테리어 공사 비용만 생각하고,
홈스타일링 비용은 포함시키지 않는
일종의 '인지부조화'였던 것 같다.
내 머릿 속에는
홈스타일링까지 완료된
최종 이미지가 들어가 있는데,
공사만 끝나면 그 이미지가 바로 구현될 것 같은
착각에 예산에는 공사 비용만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인테리어와 홈스타일링은
사실 전혀 다른 분야이며,
"인테리어 끝나면 예뻐질거야"라는 문장에서
'인테리어'는 '공사+홈스타일링'의 개념이다.
따라서, 인테리어 예산을 책정할 때에는
공사 비용과 홈스타일링 비용을
각각 책정해야 한다.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인테리어와 홈스타일링을 한꺼번에 진행해주는
소위 디자인 업체에 턴키로 맡길 수도 있고,
시공 전문 업체에 공사만 턴키로 맡길 수도 있고,
혹은 예산의 제약이나 가성비를 추구하기 위해
공사도 직영, 홈스타일링도 살면서 천천히해나갈 수도 있고,
진행 방식은 각자의 상황마다 다양하다.
어떠한 경우든,
예산 안에 홈스타일링 비용까지 포함시킨다면
보다 효율적인 예산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사 비용만 예산이고, 홈스타일링 비용은
인테리어 후 가전 구입 비용, 가구 구입 비용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공사가 끝나고 이사를 해도
왜 살 게 끝이 없을까..한탄하며
생활비에 구멍(?)이 나는 상황에 대한
통제를 조금 더 수월히 할 수 있다.
물론, 스타일링 비용도
이사 전 예상 가능한 부분까지만 포함시킬 수 있고,
직접 새로운 집에 살아봐야만 알게되는 것들이 있어
이사 직후 당분간의 생활비 상승과 끊임없는
택배 행렬을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예산 책정시 홈스타일링 비용을
인지하고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예산 관리에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예산을 배정함에 있어
가장 우선 순위는 누수, 단열, 환기, 수납 등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도 집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 공사이지만,
홈스타일링이 인테리어의 가장 마지막 과정이자
나의 최종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예산만 된다면
기초 공사도 단열, 누수 절대 걱정 없도록 빵빵하게,
미관 목적의 목공(아치 게이트, 목창문, 가벽 등)이나
화려한 전기 공사(라인 조명, 마이너스 몰딩 내부 간접 조명, 바닥 조명 등),
도배 대신 도장, 고급 타일, 수전, 광폭의 원목 마루 등
마감 공사의 퀄리티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미드센츄리 모던풍의 빈티지 가구와 소품,
수입산 패브릭과 조명 구입 등 홈스타일링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제한된 예산을 전략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공사는 홈스타일링를 돋보이는 배경이 되도록
추후 매도시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보편적이고
무난하고 깔끔한 마감까지만 추구하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고
추후 이사갈 때 가져갈 수 있는 홈스타일링 제품에
투자하는 식으로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완전 취향 저격인 고급 타일과 마루를 발견했는데
제한된 예산 때문에 그 타일 혹은 마루와
이사가면 사려고 점찍어둔 빈티지 가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자재는 최대한 취향을 구현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고르고,
후자를 선택하는 게 전략상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기초 공사가 하자 없이 잘 끝났다는 전제 하에)
인테리어를 통해 추구하는 이미지는
사실, 사진빨(=후보정빨)에 불과하고;;
인테리어의 본질은 누수, 단열을 잡는
집다운 집을 만드는 것이며,
인테리어의 실체는 생활(평상시 생활 습관)이다.
사진빨은 살면서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사 때 미진했던 부분, 아쉬웠던 부분이나 들키기 싫은
내 생활 습관을 "소품"과 카메라 앵글과 후보정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
그리고, 인테리어를 준비하면서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후 신중하게 구매하는 홈스타일링 제품들은
구입 시기와 경로가 달라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내 인테리어 취향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므로, 이사를 가고 새로운 인테리어를 하더라도
이질감없이 잘 어우러지게 된다.
결론은,
인테리어 예산 배분시
가장 중요한 기초 공사에 우선적으로 배분하되
홈스타일링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고 포함시킬 것,
그리고, 이사갈 때 가져갈 수 없는 것(기초 공사)과
가져갈 수 있는 것(홈스타일링)으로 나누어
전략적으로 배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인테리어와 관련한 브런치북을 하나 소개한다.
인테리어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글이 많은데,
특히 "5. 예산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예산의 한계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정신 승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eherelivehere
[브런치북] 인테리어 디자인, 마음을 안아주다
한 공간이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반드시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의 ‘사람’, ‘관계’,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은 보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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