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공정(1) - 철거(+설비)
본격적인 공사의 첫 과정으로 기존 집안의 인테리어 및 구조물 일부를 없애는 작업이다. 아파트 마이너스 옵션일 경우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향후 공정에 따라 부분 철거를 진행한다. 기존 주택을 매수한 경우에도 공사 범위에 따라 전체 철거나 부분 철거로 진행한다. 셀인+전체 철거일 경우, 철거 업체에 일괄로 맡기거나 공정별 개별 철거로 진행할 수 있는데, 부분 공사일 경우에는 공정별 철거가 더 저렴할 수 있다. 전체 공사일 경우는 일괄 철거로 진행하는 편이 더 저렴하고 공사 진행도 수월하다.
철거는 전체 공정 중 가장 소음이 심하고 민원 발생률이 높은 공정인데다, 철거해봐야만 알게 되는 예상치 못한 변수(=추가금 발생 요소)의 발생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당일날 현장 근처에 상주하고 있는 편이 좋다. 철거가 잘 되어야 향후 모든 공정이 계획대로 흘러간다. (특히, 연식이 오래된 구축 아파트일수록 철거 후 변수가 많다. 연식이 30년 이상 넘어가는 아파트는 그냥 그 아파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 턴키 업체에 맡기는 것을 추천;;)
시방서까지는 아니어도 각 공간별 철거 항목을 한 눈에 보이게 정리해두면, 나도 놓치는 항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업체와 이야기하기도 편하다. 아래 그림은 예시일 뿐, 내가 보기 편한대로 노트에 써놓을 수도 있고, 엑셀에 정리할 수도 있고 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아래는 철거 작업이 이루어지는 예시다.
바닥 철거 시에는 거실과 방이 만나는 곳, 마루와 타일이 만나는 곳의 경계를 잘 봐서 단차가 이미 있거나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미리 체크하여 샌딩해두어야 한다. 샌딩은 돌출된 부분을 갈아내는 작업이고, 미장은 움푹 패인 곳을 시멘트 몰탈로 수평 맞춰 메꾸는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미장과 샌딩이 잘 되어야 이후 연관 공정인 마루, 필름, 도배에서 마감이 잘 나온다.
바닥 타일 철거 시에도 타일만 철거하지 말고, 추가금이 들더라도 타일 접착제까지 샌딩해서 깔끔하게 바닥만 남기는 게 좋다.
나는 미처 생각을 못해서 (혹은 철거사장님이 말씀하셨을 수 있는데 내가 정신없어서;;) 전실의 타일 본드 제거 및 바닥 샌딩을 요청하지 못했고, 저렇게 기존의 타일 접착제가 두껍게 남아있는 상태에서 타일을 깔다보니 덧방 아닌 철거 후 작업이었는데도 작업 후 단차가 생겼다.
바로 요렇게 보기싫은 단차가 더 생겼다ㅠ
싱크대 철거 시 체크해야 할 두 가지 중요 사항은 도시가스 배관 철거와 자동확산 소화기 재설치가 있다. 도시가스 배관 철거는 반드시 철거 업체가 아닌 해당 지역 삼천리 도시 가스를 통해 철거해야 한다. 자동확산 소화기는 싱크대 철거시 발견하면 버리지 말고 따로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소화기의 경우는 아파트 준공 연도, 층수, 스프링쿨러 유무, 인덕션 사용 여부에 따라 달라지고, 소방법도 수시로 바뀐다고 하는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다만, 예전에는 구축의 경우 16층 이상이고 천장에 스프링쿨러가 달려 있고 인덕션을 사용하면 소화기를 안 달아도 괜찮았으나, 요즘에는 인덕션을 사용해도 자동확산 소화기를 달아야 한다고 한다. 가스 렌지용은 화재 발생시 소화기 터지고 가스를 차단하지만, 인덕션용은 화재 발생시 소화기 터지고 전기를 차단하기 때문에 전기 공사시 인덕션 전용선 빼면서 같이 공사해 두면 선이 안 보이게 설치할 수 있다고 한다.
구축인 경우 철거 공정에서 분배기나 난방 배관 점검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노후했을 때에는 전체나 부분 교체를 고려해야 하는데, 비용이 상당히 나오는 편이다. 나는 배관 청소와 컨트롤러 교체로 끝냈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분배기 교체는 백만 단위이고..분배기와 난방 배관 전체 교체는 1,000만원까지도 들 수 있다고 한다.
화장실 철거는 화장실망 턴키로 할 경우 개별 철거를 진행할 수 있으나, 철거 업체에 일괄로 맡길 경우 욕조 철거한 자리는 1차 방수를 해주신다. (아, 철거 전에 세대 현관문 밖에 있는 "양수기"를 잠궈두어야 세대 내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집은 덧방용 전체 철거여서 기존 타일은 철거하지 않았는데, UBR이거나, 이미 덧방된 화장실이었다면 전체 철거를 해야 한다. 이 경우는 욕조 자리만 1차 방수하는 것으로 끝내면 안 되고, 화장실 전용 도막 방수제인 고뫄스나 아쿠아디펜스를 구입하여 화장실 바닥과 벽 중간 정도까지 직접 2차 방수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 가격은 아쿠아디펜스가 몇 배 더 비싼데 냄새, 발림성 등에서 셀프로 작업하기가 비교도 안 되게 좋다.
젠다이를 신설은 철거 공정이나 타일 공정 모두 가능하지만 양생 기간을 고려해 철거 공정에서 진행하는 편이 좋다. 기존 화장실 바닥에서 유가나 변기의 위치, 상부 수납장을 달고자 하는 위치, 주 사용자의 키 등에 따라 젠다이의 높이나 형태를 다양하게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
철거 공정시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설비 공사는 다음과 같다.
- 싱크대 구조 변경으로 인한 분배기 이동이나 수도 설비 이설
- 화장실 욕조 탈거 후 샤워 부스로 대체할 때, 싱크대 벽수전 내릴 때 수전 올림/내림 등 위치 변경
- 발코니 보조 주방을 신설하기 위한 급배수 시설 추가
- 드레스룸 내부 세탁기 설치를 위한 상하수도 설비 추가
- 올철거 공사시 화장실 바닥 1차 방수
- 올철거 화장실 공사시 바닥 난방 배관 연결 및 미장
- 발코니 확장시 난방 배관 연결 및 바닥 미장
- 세탁기 자리 단올림 미장, 화장실 젠다이 신설시 조적 및 미장
- 에어컨 드레인 발코니 바닥 매립은 에어컨 업체가 진행하므로 철거 업체와 미리 일정을 조율(시스템 에어컨 배관 공사는 철거 후 에어컨 업체에서 진행)
철거는 가장 소음이 심해서 진행되는 동안 가장 심장이 쪼그라들기도 하지만, (특히 마루 철거나 조적벽 철거 시에는 엄청난 소음 정도가 아니라 해당 라인 벽체가 흔들리며 지진이 나는 것 같은 기분....ㅠㅠ) 다 끝나고 나면 백지 상태, 민낯 상태인 집이 가장 예뻐보이는 시기이다. 이미 공사 내역이 예산의 한계 따라 정해지긴 했지만, 잠시라도 내가 꿈꿔오던 그림을 마음껏 그려볼 수 있는 순수한 여백의 상태이기 때문에.